나는 그에게 단검을 던지려 했으나, 피에 젖은 손에서 미끄러져 1미터쯤 떨어진 풀밭에 칼이 떨어졌다. 이제 허세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팔도 다쳤고, 다리도 다쳤다. 그럼에도 잭 발로우는 도망쳤고, 이것이 마지막 장면이라면 나쁘지 않았다.
타이넌이 장검을 양손으로 잡고 치명타를 준비하는 순간, 오른쪽에서 제이든의 움직임이 보였다. 규칙을 무시하고 그가 나를 구하려 앞으로 나섰다. 제이든이 나를 구하려 한다는 사실에 놀라는 순간, 돌풍이 등을 때렸다. 넘어질 뻔한 나는 겨우 균형을 잡고, 비틀거리는 발목의 통증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타이넌이 고개를 뒤로 젖히며 뒷걸음질 쳤고, 우리 둘을 감싼 그림자가 보였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가운데, 나는 흉터가 진 거대한 검은 드래곤을 보았다. 내 생애 본 가장 큰 드래곤이었으며, 그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드래곤이 으르렁대며 다가오자 공포가 온몸을 휩쓸었다. 그의 깊고 걸걸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물러나거라, 은빛 아이야." 순간 나는 혼란스러웠으나, 명령에 따라 오렌을 피해 옆으로 비켰다. 타이넌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고, 드래곤은 불길을 내뿜으며 모든 것을 태웠다.
이윽고 나는 드래곤과 마주 섰다. 그의 거대한 금빛 눈이 나를 뜯어보았지만, 나는 당당하게 맞섰다. 드래곤이 내 머릿속에서 말하자, 나는 의식이 없는 사람을 죽일 수 없다고 대답했다. 드래곤은 나에게 오렌이 같은 기회를 얻는다면 나를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피를 멈춰라." 그 말에 나는 셔츠 소매를 잘라 상처를 감았다. 그가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가자, 바이올렛 소른게일." 나는 놀라며 그의 등에 타라는 말에 반복해 물었다. 그가 인간들이 말이 많다며 한숨을 쉬었다.
"등에 타거라."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의 모습을 보고 사다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날개 밑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민 금빛 드래곤을 보며, 나는 그를 선택한 듯했다.